피터 드러커는 ‘성과를 올리는 인간형’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만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 가운데는 외향적인 사람, 내향적인 사람, 사교성이 없는 사람, 심지어는 병적일 만큼 수줍음을 심하게 타는 사람도 있다. 괴짜가 있는가 하면 애처로울 정도로 꼼꼼한 순응주의자도 있다. 뚱뚱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홀쭉한 사람도 있다. 늘 걱정이 끊이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사에 천하태평인 사람도 있다. 매력이 넘치고 포근함이 넘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냉동 고등어처럼 차가운 성격을 가진 사람도 있다.
그들 가운데는 ‘리더’라고 부르기에 적합한 유형의 사람들도 몇몇 있다. 반면에 여러 사람들 가운데에 파묻혀 있으면 전혀 주의를 끌지 못할 특색 없는 사람도 있다. 학자풍의 사람, 진지한 학생 같은 사람,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좁은 영역 밖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또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넓은 가슴과 포용력을 지니고 있다. 자신이 하는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바깥일에 주로 관심을 두는 사람도 있다. (…) 성과를 올리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존재를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실행 능력뿐이다. ¹
추사 김정희는 가만히 앉아서 명필이 된 것이 아니다. 추사는 친구 권돈인에게 쓴 편지에 ‘칠십 년 동안 벼루 열 개에 구멍을 내고 천 개의 붓을 몽땅하게 닳게 했다’고 썼다. 또한 추사는 ‘아무리 구천구백구십 분까지 이르렀다 해도 나머지 일 분만은 원만하게 성취하기 어렵다. 이 마지막 일분은 웬만한 인력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인력 밖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고 하여 끊임없는 노력을 강조했다.
벼루 열 개와 붓 천 개는 얼마만큼을 말하는가.[추사에 미치다³]는 이렇게 일러주고 있다. ‘벼루와 먹의 강도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감히 짐작하기도 어렵다. 어쨌든 먹 1만 개가 다 닳았을 때 벼루 하나가 뚫린다면 적어도 먹 10만 개는 사라졌으리라. 먹 10만 개가 만들어낸 글씨의 공력이 추사가 70년 동안 이룬 서체 속에 숨어있다.
벼루를 ‘도넛’으로 만드는 동안, 붓인들 오래갔을 리 없다. 써야 할 글씨는 많고 붓은 늘 적었으니, 붓털이 헤져 성기고 짧아져도 쓸 수 있을 때가지 썼다. 쓰다 보니 붓이 털 없는 대머리가 되었다. 얼마나 많이 썼기에, 붓털 없는 붓들이 천 자루가 쌓였을까. 추사의 삶은 저 구멍 난 열 개의 벼루와 털 없는 천 자루의 붓이 증언하고 있다. 공부란 이런 것이다. 살이의 수단을 위해 잠깐 애쓰는 지식 섭렵이 아니라, 문방의 이우가 학을 떼는 그때까지도 놓치지 않고 덤벼드는 무한의 열정이다’
이 책에는 서예의 아버지라 불리는 한나라의 종요에 관한 글도 나온다. 종요는 잠을 잘 때도 이불에다 글씨를 썼다고 한다. 얼마나 많이 그어댔던지 이불이 구멍 투성이었다. 추사는 벼루에 구멍을 냈으나, 종요는 손가락으로 이불에 구멍을 냈다. 그리고 글씨를 쓰느라 16년간 집 밖을 나선 적이 없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미친 사람이라 생각했으나 그런 덕분에 그는 저 위대한 해서를 창안해낸 것이다. 종요의 지독함을 증명하는 고사는 또 하나 있다.
그는 어느 날 위탄이라는 사람의 책상에 놓인 채옹의 [필론]을 발견한다. 탐이 난 종요는 한 번만 빌려달라고 애원하지만 위탄은 내주지 않는다. 그러자 종요는 사흘 동안 가슴을 치다가 가슴이 퍼렇게 멍이 들고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조조가 ‘오령단’이라는 약을 지어 줘 겨우 살아났다. 위탄이 죽자 조요는 사람을 시켜 그의 무덤을 파고는 책을 훔쳐냈다. 그는 그 책에서 ‘글씨는 힘이 있어야 하며 힘이 없는 것이 병통’ 이라는 위대한 말 한마디를 발견하고, 자신의 서체를 창안하기에 이른다. 이 정도의 지독함이 있어야 대가가 되는 모양이다.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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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프로페셔널의 조건],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청림출판, 2006, 132쪽
2.[추사에 미치다], 이상국지음, 푸른 역사, 2004.
3. 앞의 책 61~64쪽